You’re viewing a text-only version of this website that uses less data. View the main version of the website including all images and videos.
'터널로 들이닥친 강물에 20분간 쫓겼다'…네팔 수력발전소 노동자가 BBC에 전한 생존기
- 기자, 아쇼크 다할, 카말 파리야르
- 기자, BBC 네팔어 서비스
- Reporting from, 누와코트, 네팔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3 분
지난주 네팔에서 갑작스러운 홍수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수력발전소 노동자들이 트리슐리강 물이 작업 중이던 터널로 들이닥친 당시 상황을 BBC에 전했다.
펨바 둔두 타망은 당시 30명가량으로 이뤄진 작업팀에서 터널 내벽에 콘크리트를 입히고 있었다. 그는 먼저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닥쳤다고 말했다.
강한 바람에 합판이 공중으로 날아갔고, 무거운 기계도 제자리에서 밀려났다. 터널 바로 밖에서는 이미 집들이 물에 휩쓸려간 뒤였다.
타망은 "터널 입구를 향해 달렸다"며 "물이 내 뒤를 쫓아왔고, 나는 그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타망은 당시 집에 있던 가족 여러 명을 잃었다. 지난주 홍수로 네팔에서 숨진 사람은 1000명을 넘어섰고, 당국에 따르면 약 4000명이 실종 상태다.
실종자 가운데는 타망처럼 강을 따라 들어선 수력발전 시설의 방대한 터널망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 수는 수백 명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기술자들은 대규모 구조 작업의 일환으로 이 터널들에 공기를 주입하고 있다.
라자 람 바스네트 네팔군 대변인은 AFP 통신에 "터널 내 수색과 구조에 집중하고 있으며,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들은 시신을 수습하고 질병 확산을 막는 작업에도 투입돼 있다"고 덧붙였다.
군은 지난 1일(현지시간) 119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타망은 오르막길까지 뒤쫓아온 거센 물살을 피해 약 20분 동안 달렸다고 말했다.
"충격으로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어요.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그의 동료 이타 갈레는 전력 질주하는 동안 강한 돌풍에 몸이 날아갈 뻔했다고 말했다.
네팔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99% 이상은 수력발전에서 나온다. 타망과 갈레는 주요 발전 사업인 '어퍼 트리슐리 3B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내년 가동 예정이던 이 발전소는 더 상류에 있는 수력발전소에서 사용한 물을 다시 이용해 전력을 추가로 생산하고, 이를 네팔 국가 전력망에 공급하도록 설계됐다.
현장에는 여러 작업팀이 있었는데, 타망은 터널 내벽을 시공하는 대형 장비를 다루던 팀이 마지막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참담한 현실을 마주했다.
"집이 있던 자리가 보였지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제야 모든 것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타망은 어머니와 형, 형수, 그리고 이들 부부의 자녀 세 명 등 가족 여섯 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홍수가 닥쳤을 때 강가의 집에 있었다.
아내와 아들, 조카 한 명만 살아남았다.
타망은 "이제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살아남았다는 게 비참하다. 어디서 밥을 먹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평안할 거예요. 고통받는 건 살아남은 저희입니다."
가족 여덟 명을 잃은 갈레는 자신이 왜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마 제가 죽을 운명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가 잃은 가족 중에는 어머니와 큰딸도 있다. 아들 세 명과 아내는 살아남았다.
타망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수력발전 사업들이 중단되면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다. 그는 "이대로라면 우리는 굶게 될 것이다. 때로는 살아남지 않는 편이 나았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타망은 결국 다른 몇 명과 함께 샨티 바자르 마을로 피신했다. 이들은 이틀 동안 그곳에 머문 뒤 군에 구조됐다.
그는 자신과 함께 터널에서 탈출한 노동자가 50~60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타망은 적절한 대응 여건이 갖춰져 있었다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나온 보고서도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재난 발생 며칠 전부터 빙하 주변이 점차 불안정해지는 징후가 있었으며, 조기 경보 체계가 더 잘 갖춰져 있었다면 인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산악학술연합과 스팀슨센터, 중국 산지재해환경연구소 전문가들에 따르면 위성사진에는 빙하 표면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빙하가 녹은 물이 갈색으로 변하며, 주변 암반에 균열이 생기는 징후가 나타났다.
이는 모두 산비탈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과학자들은 눈사태 자체가 워낙 빠르게 이동해 발생 지점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기존 경보 방식이 도움이 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수가 도달하기까지 10분 이상 걸린 하류 지역에서는 종합적인 경보 체계가 있었다면 상당수의 인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현재 중국과 인도, 네팔의 전문가들은 여러 수력발전 현장에 여전히 갇혀 있는 노동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굴착기 등 중장비로 잔해를 부수고 뚫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타망은 "안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빨리 구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그곳에 갇혀 있는 사람 가운데 내가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추가 보도: 저스틴 롤랫 (기후 담당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