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브라질 대선서 4선 성공...분열된 민심과 비우호적인 의회 넘어야

    • 기자, 마리나 로씨
    • 기자, BBC 뉴스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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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BBC 뉴스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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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베테랑 좌파 정치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치열한 선거전 끝에 재선에 성공하며 우파 성향의 경쟁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를 꺾었다.

룰라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2003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두 차례 대통령 임기를 지냈으며, 2023년 1월 다시 대통령직에 올라 현재까지 재임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시간 25일 그가 결선투표에서 승리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10월 4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을 앞섰으며, 불과 3주 만에 결과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우세했다.

룰라 대통령은 중남미 전반에 나타난 흐름도 역행했다. 이 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이 현직 정부에 등을 돌리고 우파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칠레, 콜롬비아 등 중남미 주요 국가들은 현재 보수 성향의 지도자들이 이끌고 있다.

1차 투표에서 패배한 뒤 룰라 대통령의 선거운동은 거리 시위와 대대적인 소셜미디어 홍보 활동에 힘입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금속 노동자 출신으로, 1989년 처음 대선에 출마한 이후 브라질 좌파 진영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은 룰라 대통령은 2003년 처음 대통령직에 오른 이후 가장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27년 1월 5일 시작될 새 임기는 국내외에서 상당한 제약에 맞닥뜨린 가운데 출발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대적인 태도도 빠질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를 직접 지지하지는 않았다. 다만 콜롬비아와 온두라스 대선에서 승리한 우파 후보들에게는 직접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인구 2억 1300만 명의 브라질을 보수 성향의 지도자가 이끌기를 더 선호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

백악관은 중남미를 미국의 영향권으로 여기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과 안보, 무역을 비롯한 자국의 정책을 지지하는 지도자들이 권력을 잡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은 서반구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석유가 풍부하고 희토류 매장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브라질은 남미에서 우파 지도자가 집권하지 않은 유일한 주요 국가다. 룰라 대통령은 대체로 친중국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는 브라질이 미국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룰라 대통령은 미국 측에 자국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브라질은 "결코 누구의 뒷마당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백악관에서는 선거 결과에 대한 실망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룰라 대통령의 승리는 환경운동가들의 환영을 받을 전망이다. 이들은 보우소나루 후보가 승리했다면 브라질의 영향력 있는 농업기업과 광업 부문이 더 큰 힘을 얻게 됐을 것으로 우려해 왔다.

환경운동가들은 보우소나루 후보의 아버지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대통령 재임 기간 아마존에서 산림 파괴와 산불이 기록적인 수준에 달했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이들은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집권했다면 환경 규제가 다시 완화돼 핵심 생태계인 아마존이 또다시 파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룰라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의 승리에 크게 환호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브라질 사회가 여전히 깊이 분열돼 있음을 보여준다.

유권자의 48% 이상이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국가를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과제와 더불어,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민주화 이후 가장 우파 성향이 강한 의회와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속한 자유당(PL)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의석 증가를 기록한 정당이었다.

그럼에도 룰라 대통령의 노동자당은 결선투표를 앞두고 대규모 유세를 조직하는 데 성공하며, 탄탄한 풀뿌리 지지 기반을 과시했다.

선거에 앞서 룰라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브라질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새로운 국정 운영 방식'을 통해 서로 대립하는 브라질의 정치 진영 사이의 간극을 좁히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전 왓츠앱 생중계에서는 "이 나라는 결코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룰라 대통령은 새로운 국정 운영 방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국민의 필요에 부응하는 정책이 시행되는, 더욱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투쟁을 굳건히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체로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의회와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만큼, 네 번째 임기가 끝날 무렵이면 85세가 되는 이 노련한 지도자에게 이번 과제는 앞선 세 차례의 임기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