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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분열된 이스라엘…총선 앞두고 긴장감 고조
- 기자, 루시 윌리엄슨
- Reporting from, 텔아비브, 예루살렘, 라믈라, 스데로트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6 분
3년간의 역내 전쟁 끝에 이스라엘이 언젠가 마주하게 될 것이라 예상했던 전투가 마침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바로 오는 2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총선이다. 선거를 앞둔 이스라엘 사회는 깊이 분열돼 충돌하기 직전의 상태다.
지난 23일에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연립정부와 주요 야당 진영은 거의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청년 유권자만 50만 명에 달하며, 투표하고자 귀국하는 이스라엘인들도 약 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밤, 야당 지지자들은 텔아비브 중심가에 모여 정권 교체를 요구했다.
옴리(21)는 "우리는 낙관적"이라며 "나는 평화와 안보를 원한다. 그리고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종교 광신자들을 쫓아내고 싶다"고 했다.
눈길을 사로잡는 AI 영상 등 새로운 전술과 새로운 인물에 힘입어 이번 선거 운동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가디 아이젠코트 후보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랫동안 재임한 총리이자, 화려하고 공격적이며 언론에 능숙한 이미지로 유명한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의 맞수로는 떠올리기 쉽지 않은 인물이다.
비교적 정치 신인인 데다, 모로코 출신의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침착하고 덤덤한 태도와 방식으로 유명한, 전직 이스라엘 군 참모총장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그를 '비정치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와 그가 이끄는 중도 성향의 야샤르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와 여당인 리쿠드당을 제치고 꾸준히 1위를 차지해 왔다. 이스라엘 선거법에 따라 가장 마지막이 될 지난 23일에 발표될 최신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스라엘 정치는 보통 어느 한 정당이 권력을 장악하기보다는 누가 더 잘 연정을 구축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이렇듯 박빙의 여론 조사가 이어지면서, 아이젠코트의 존재감은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자국의 미래가 달린 선거로 여기는 이번 총선 경쟁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나는 지난주 라믈라 시에 있는 에티오피아계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에서 경호원들과 보좌관을 헤치고 카메라를 피해 지나가는 아이젠코트 후보를 볼 수 있었다.
잘 다림질한 셔츠와 남색 재킷을 입은 데이비드도 그의 연설을 듣고자 찾아온 시민 중 하나다. 그는 아이젠코트를 이미 본 적 있다고 했다.
데이비드는 "그는 상대방을 내려다보는 지도자처럼 행동하지 않고, 눈을 똑바로 마주친다"며 "그리고 경청한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아이젠코트의 매력은 그의 개인적인 태도와 배경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가자 전쟁 중 아들을 잃은 군인이면서도 부드러운 말투로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는 그는 자신이 이스라엘의 부유한 도시 엘리트 계층이 아닌 이른바 "변방 출신"임을 강조한다.
그의 모로코계 배경은 이달 초 한 친네타냐후 성향의 연사가 TV 토론에서 아이젠코트를 모로코 출신 "원숭이"라고 부르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아이젠코트는 라믈라 시 센터에 모인 군중을 향해 "이번 선거는 여러 가지 쟁점을 다루고 있다"며 말을 꺼냈다.
"안보,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무엇보다도 이번 선거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정체성과 우리가 어떤 이스라엘을 원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유대인 국가, 민주 국가, 자유롭고 관용적이며 평등한 국가입니다."
야권 세력이 듣고 싶어 하는 말들이었다. 현재 야당은 네타냐후 정부가 자국의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현 총리가 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하려고 시도한 점, 2023년 10월 7일 발생한 공격 사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설립하자는 의견도 대법원이 자신에게 편향돼 있을 수 있다며 거부한 점을 지적한다.
아이젠코트는 다른 야당 지도자들과 함께 이러한 국가 차원의 조사위원회 설치를 약속하며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리쿠드당에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유대인 중 70% 이상이 국정조사에 찬성하고 있다.
또한 그는 초정통파 유대인들도 병역 의무를 적용하라는 법원 판결을 집행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이는 우파 유권자와 야당 모두에게 호응을 얻는 공약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항복은 없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내세우며 반격에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경쟁자들을 안보에 유약한 인물들이라고 거듭 비난하는 한편,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유대계 야당들이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 내 아랍계 정당들과 연대를 맺을지도 모른다는 일부 우파 지지층의 불안감도 자극하고 있다.
이스라엘 인구 중 약 5분의 1은 아랍인이며, 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민'이라고 부른다.
한편 이번 선거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무장 세력이 가자 경계를 뚫고 침입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잡은 사건 이후 처음 치러지는 총선이다.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안보 실패로 손꼽히는 이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야말로 다시 한번 이스라엘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호소한다.
예루살렘 마하네 예후다 시장의 한 지하 카페에서 만난 열렬한 네타냐후 지지자인 슐로미 바샤르는 "만약 군대가 제때 총리를 깨웠으면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총리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습니다. 하지만 10월 7일 사건 이후 그는 중동 전체를 바꿔놓았습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10월 7일 공격 이후 수년간 가자, 레바논,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전쟁들이 국가를 향한 실존적 위협을 줄였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바샤르는 "그가 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재선돼야 한다"면서 "그는 세계 최고의 지도자 중 하나다. 그는 강인한 인물이고 그의 생각은 옳기에, 전 세계 대다수가 그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우파 지지층에 기대어왔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 기반이 다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유권자들은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당으로 이탈할 수 있다. 혹은 취재진이 인터뷰한 일부 열성 리쿠드당 지지자들처럼, 10월 7일 공격 사건으로 인해 더 강경한 우파 정당으로 기울게 된 이들도 있다.
스데로트의 지역의 민방위 책임자인 예알 하지비 예비역 중령도 그중 하나다.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 경계선 바로 옆에 자리한 스데로트는 네타냐후 총리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간의 사건들로 친구와 동료를 잃은 하지비 중장은 사무실에서 매일 그들을 기리고자 촛불을 켜며, 오는 27일에도 그들을 생각하며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가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선 그는 이스라엘 군이 완전히 초토화한 베이트 라히아와 베이트 하노운 지역을 가리켰다.
"10월 7일 이후 가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하지비 중령은 "우리가 그들을 다 쓸어버려야 한다. 예전 같았으면 가자지구를 파괴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들은 항상 리쿠드당에 투표해 왔지만, 이제는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이끄는 극우 '유대인의 힘'당에 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극단적으로 변했다"는 그는 "예전에는 신중하게 고민했지만, 이제는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투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유권자 중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은 10%도 되지 않으며, 그중에서도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네타냐후 연정에서 국가안보부 장관을 맡고 있는 벤기비르는 여러 SNS 활동을 통해 관심을 집중시키며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번 달 9일 이스라엘 유력 일간지 중 하나인 '예디오트 아흐로노트'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청년 유권자 중 16% 이상이 '유대인의 힘'당과 같은 극우 정당을 선택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스데로트에서 만난, 인근 유대교 종교 대학에 다닌다는 18세 청년들은 10월 7일 공격이 부모 세대보다 오히려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 4명 모두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이끄는 또 다른 극우 정당인 '종교 시온주의'당에 투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중 한 명인 아비아드 엘마하흐는 "오늘날 청년 세대는 평화적인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고정된 사고방식에 갇힌 나이 든 성인들은 변화하기 어렵지만, 젊은이들은 우리가 힘과 철권으로 맞서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엘마하흐는 10월 7일 사건이 이스라엘 사회에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아주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 당국에 따르면, 그 이후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에 의해 팔레스타인인 7만 4000여명이 사망했다. UN은 해당 수치가 신뢰할 만한 것으로 본다.
"청년들은 세상을 새롭고 다르게 바라봅니다. 다른 청년들도 왜 우리가 스모트리치에게 투표하는지 이해할 것입니다. 힘을 바탕으로 이 땅을 지켜야 하며, 평화적으로 다가간다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단 하나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가자 지구와의 경계선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하마스 공격 당시 무장 세력에 점령당했던 키부츠(집단농장)가 있다. 이곳들은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 좌파 세력의 보루로 유명했다.
그중 하나인 니르 오즈에서는 그날 47명이 사망하고 76명이 인질로 잡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갈 파우커(26)는 경계선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의 작은 포도밭 가장자리에 최근 와인 카페를 열었다. 나무 테이블 몇 개 위에 베이지색 캔버스 천을 설치해 강렬한 사막의 햇볕을 막는다.
그의 할아버지 기드온은 지난 10월 7일 공격 당시 목숨을 잃었다.
나는 갈과 그의 어머니 갈리아에게 그 사건으로 인해 정치적 견해가 달라졌는지 물었다.
갈리아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 정부와는 더 이상 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저는 안보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간애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줄곧 중도 정당에 투표해 왔다던 갈리아는 "그가 평범한 사람이길, 그가 지금 말하는 대로 계속해 나가길 바란다"며 이번에는 아이젠코트에게 투표하기로 했다고 했다.
아들 갈은 아이젠코트와 또 다른 전직 육군 장군인 야이르 골란이 이끄는 좌파 성향의 민주당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갈은 "나는 순진하지 않다. 내 또래 청년 중 강경한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안보 측면에서 아이젠코트가 골란보다 더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경제, 사회 문제, 교육, 보건 등 더 큰 문제들이 있습니다. 10월 7일 사건 이후로 이웃이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물론 중대한 사건이었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은 바꾸지 못했습니다."
안보에 대한 위협 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이는 이스라엘의 오래된 정치적 이분법으로 10월 7일 공격과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적인 정부가 집권한 지난 4년이 겹치며 그 분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편 주요 국제적 현안의 경우, 현 정부와 야당 간의 견해 차이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크지 않다.
아이젠코트는 미국 주도의 평화 계획이든 "군사적, 작전적 역량"을 통한 것이든, 앞으로 18개월 이내에 가자지구의 하마스 통치를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주요 야당 지도자들은 모두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지역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지지하고 있다. 이 정착지들은 현 정부 집권 이래 대규모로 확장됐으며, 국제법상 불법이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가 막겠다고 공언한 온전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해 다른 의견을 밝힌 후보들도 없다. 아이젠코트 후보 또한 이스라엘이 궁극적으로 안보를 통제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자치 또는 준국가"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오는 27일 선거는 결국 교착 상태로 끝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 아랍 정당들이 '킹메이커'가 될 만큼 충분한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 정부나 야당 모두 아랍 정당들의 지지 없이는 과반수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유대계 야당은 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지금까지 두 아랍 정당 세력권 중 어느 쪽과도 협력하는 것을 거부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발 위협을 거듭 경고하고 야당은 선거 차질 가능성을 경고하며 이스라엘 인권 운동가들은 요르단강 서안 지역 내 정착민들의 폭력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안마저 더 커진다면 이스라엘 국민은 민주주의가 다시 시험받는 동시에 새로운 안보 위협까지 맞닥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