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서 고속열차 추돌 사고로 최소 68명 숨져...한국인 2명 부상

    • 기자, 가브리엘라 포메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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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중부 우르다 인근에서 지난 28일(현지시간) 고속열차 추돌 사고가 발생해 최소 68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

이날 아침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향하던 열차가 선로에 정차해 있던 다른 열차를 들이받았다. 충돌 여파로 객차 여러 칸이 선로에서 이탈해 둑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부 장관은 컴퓨터 오류에 인적 오류가 겹치며 발생한 사고라고 설명했다.

이번 참사는 유럽 현대사상 최악의 사고 중 하나이자, 스페인에서 13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열차 참사다.

생존자들은 충돌 당시 승객들이 공중으로 튕겨 나가거나 잔해에 갇혔으며, 탈출하기 위해 창문을 부수는 등 현장이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29일 오전 기준 한국인 11명이 열차에 탑승한 것으로 파악되며, 이 중 2명이 부상을 입었다. 1명은 치료를 받고 퇴원했고, 다른 1명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수도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약 140km 떨어진, 모라와 오르가스 지방 사이에서 오전 9시경 직후 발생했다.

선로에 멈춰 서 있던 열차는 민간 철도 운영사 '이리오' 소속으로, 승객 147명이 탑승해 있었다. 푸엔테 장관에 따르면, 해당 열차는 당시 컴퓨터 오류로 인해 정차한 상태였다.

장관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마드리드의 24시간 관제 센터가 운영을 넘겨받게 돼 있으나, 이번에는 아무런 속도 제한 없이 열차 운행을 재개하라는 "설명할 수 없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리요 측은 자사 열차가 397명의 승객을 태운 스페인 국영 철도 회사 '렌페'가 운행하는 다른 열차에 "뒤에서 추돌당했다"고 밝혔다.

한편 렌페 열차에 탑승했던 살바도르 아리자(62)는 충돌의 충격이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승객들이 탈출하기 위해 창문을 깨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좌석 사이에 갇혀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객차 한 칸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승객들은 갇힌 사람들이 울고 피를 흘리거나, 일부는 잔해 아래에 매몰되는 등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 사진에는 긴 철도 선로 조각이 객차 한 대를 관통한 모습도 포착됐다.

이리오 열차에 타고 있었던 탕기 비니에(22세)는 "여행 가방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며 마침내 열차가 가까스로 멈춰 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방에 연기가 자욱하고 혼란스러웠다며, 밖으로 탈출해보니 열차가 "완전히 뒤집혀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비니에는 "지켜보는 것조차 무척 힘들었다"며, 자신의 아버지는 고관절이 부러진 듯한 소녀를 잔해에서 안아 구조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신과 절단된 신체 부위까지 목격했다며, "이 충격에서 과연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신문사 '엘 파이스' 소속의 스페인 언론인 안토니오 히메네스 바르카는 사고 당시 렌페 열차의 승객으로, 식당칸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러다 "뒤에서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것 같았다"고 한다.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습니다 … 온몸이 피투성이였습니다. 제 몸 위에는 다른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팔을, 또 다른 사람은 머리를 다친 상태였습니다."

같은 열차에 타고 있던 세바스티안 에레로(46)는 '엘 문도'지와의 인터뷰에서 "코가 부러지거나 팔이 부러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정말 참혹하고 엄청난 충격이었다"는 그는 "약 4~5초 동안 공중에 뜬 것 같았다"며 그 순간이 마치 평생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많은 승객이 충격을 호소하는 가운데, 한 승객은 지역 TV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품에서 숨을 거둔 한 여성을 떠올리며 흐느꼈다.

그가 "이 여성은 몸은 몹시 차가웠다. 그리고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말하자 프로그램 진행자도 함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구급차 수십 대가 현장으로 급히 출동했으며, 헬기도 동원돼 중상자들을 후송했다.

'스페인 치안 경비대'는 일부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유가족의 DNA 샘플을 채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사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스페인 전역이 슬픔에 잠겨 있다"며 "소중한 생명을 잃었으며,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스페인 사회는 이미 올해 1월 코르도바 인근에서 발생해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고속철도 참사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당시 사고 역시 같은 철도 노선에서 발생했으나, 이번 사고보다 훨씬 남쪽에서 일어났다.

지난 28일 발생한 이번 사고는 2013년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외곽에서 80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스페인 최악의 참사다.

제1야당인 인민당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오 대표는 "국민들은 우리나라 인프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노동조합 'CSIF'는 교통부 장관이 "책임을 지는" 대신 관제 센터의 인적 오류를 탓하며 교통 관제사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장관의 사임을 요구했다.

산체스 총리를 비롯한 스페인 정치인들은 사고 당일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진행 중이었던 유세 활동을 포함해 모든 공개 일정을 취소했다.

총리는 스페인에서 1년 만에 심각한 열차 사고 2차례나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과실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안전 시스템에 결함이 있었다면, 이 점을 가장 철저하게 수정할 것입니다."